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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넘어진 오뚝이》

2026.01.09 ~ 2026.01.18 / 양승우


전시 장소 갤러리 브레송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163

링크 홈페이지

전시 내용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다. 역에서 동네 쪽으로 걸어가는데 지린내 펄펄 났다. 조금 걸어가는데 오줌싸는 사람, 술병이랑 같이 쓰러져 있는 사람, 하늘 보고 웃는 사람 등등 나는 여기가 진짜 일본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요코하마 고토부키쵸, 한마디로 그날 벌어서 그날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가까운 곳에 항구가 있어 배에서 짐 내릴 때 사람 손이 필요해서이다. 지금은 컨테이너로 들어오기 때문에 뱃일은 거의 없다. 워낙 치안이 안 좋아서 보통 사람은 절대 이 동네로 안들이 온다 지명 수배자, 불법 체류자들도 많다. 여기는 검문검색을 하지 않는다. 연고자 없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죽으면 그냥 시에서 와서 들고 간다. 그리고 화장시켜서 무연고자 묘에 갖다 놓으면 끝이다. 동네 한 바퀴 돌아보는데 도박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사람, 술 먹고 여자한테 맞는 사람, 양지쪽에 앉아서 도시락 먹는 사람, 아무튼 너무 찍고 싶었는데 그냥 막 찍는 것은 조금 그렇고 몰래 몇 컷 찍었는데, 뭘 훔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만뒀다. 동네를 살펴보는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조그만 동네였다. 방학 때는 2, 3주일 정도 그곳에 방을 빌려놓고 매일 같이 술만 마셨다. 그렇게 한 3개월 정도 됐는데 한 할아버지가 “너는 젊은 놈이 일도 안 하고 맨날 사람들 하고 술만 마시고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하고 물었다. 저 실은 사진 하는 사람인데요, 여기 사진 찍으러 왔어요. “거짓말하지 말라. 너 여기서 사진 찍는 거 본 사람 한 사람도 없어 너 경찰이냐?” “그게 아니고요. 잘 모르는데 찍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해서 좀 알고 친해지면 찍으려고 일부러 카메라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면서 가방에 있는 카메라를 들고 할아버지를 몇 장 찍었다. 일주일 뒤 할아버지께 사진을 들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그 뒤부터는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 찍으라고 소개해 줬다. 3개월간 술을 마신 보람이 있었다. 눈이 오는 어느 날, 학교에 있다가 갑자기 눈 오는 날에 이 사람들은 뭐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토부키쵸로 갔다. 눈이 꽤 많이 와서 빨래방 입구에 서서 눈을 피하고 있는데 60대 아저씨가 몸을 벌벌 떨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아저씨는 “오뚝이가 넘어졌다”라는 알 수 없는 말만 하였다. 너무 떨고 있어서 따뜻한 캔 커피를 전해주자, 캔 커피를 양손으로 꼭 쥐고 “오뚝이가 넘어졌다. 오뚝이가 넘어졌다.”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아저씨를 뒤로하면서 제발 저 아저씨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으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