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hotographers Gallery에서 2026년 1월 14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국 전통춤이 지닌 ‘신명(神明)’의 모습을 기록해 온 양재문 작가의 “動靜 – 삶은 머물고, 몸은 울린다”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994년 소개된 “풀빛여행” 시리즈와 2025년 발표된 “비감소월(悲感素月)” 두 개의 연작들로 구성되며 30여 년 시간의 간극이 마주하며 고요의 빛으로 천착하는 작가 내면의 세계를 조망한다.
“動靜 – 삶은 머물고, 몸은 울린다” 전시는, 양재문 작가가 지녔던 그리움과 연민, 속죄의 마음을 몸의 움직임으로 울려내는 동적인 순간과 삶이 시간을 통과하며 하얀 달항아리 표면에 고요의 빛으로 천착하는 마음의 정적인 상태를 함께 사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비움과 침잠의 시간과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유의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비감소월(悲感素月)”의 달항아리들은 격정적인 “풀빛여행”의 ‘신명(神明)’의 움직임과 마주하며 에너지의 분출과 성찰 시간이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나아가 양재문의 작품들은 우리의 마음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여백과 기억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관람객에게 제안한다.
KP 갤러리는 2026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우리가 지닌 삶에 대한 고요한 사유와 내적인 성찰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비감소월(悲感素月)> 작업 노트
비감소월(悲感素月)은 빛으로 드러난 마음의 풍경이자, 비천몽(飛天夢) 작업에서 이어지는 내 영혼의 궤적이다.
그동안 작업해온 비천몽 시리즈는 한(恨)을 넘어서는 신명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춤사위에 담기는 여운에는 심연의 정적과 그리움의 빛이 스며 있다. 이번 작업은 그 침묵의 빛이 머무는 다음 과정으로 비천몽이 천상을 향한 기도였다면, 비감소월은 무심한 고요가 머무는 명상이다.
고요의 빛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나는 빛과 그림자의 숨결이 담기는 시간의 감정을 바라보았다.
달항아리에 투영되어 남겨진 빛의 흔적은 오랜 그리움이 천착된 내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신명어린 춤의 염원과 어머니의 기도, 그리고 내 영혼의 그리움이 천착되어 있다. 천상을 꿈꾸던 춤작업이 이제 달빛의 고요로 밝고 하얀 달빛이 되어 고요가 머무는 명상이 된 것이다.
■ <비감소월(悲感素月)> 작업 소개 – 이일우 (사진비평/전시기획)
사진가 양재문은 조용히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들여다본다. 깊어지는 시간 속에 가을 햇살처럼 따뜻하고 고요한 그의 시선은 남겨진 것들에 대한 여운을 바라보고 비어져 있는 순백의 달항아리를 마주한다.
한동안의 침묵이 지나 손에 쥐어진 작은 빛이 달항아리를 향한다. 지난 시간을 더듬듯 그가 지닌 투명한 숨결과 체온들을 달항아리 표면 위에 투사한다. 남은 숨을 조심히 어루만지듯, 고요한 빛의 궤적들이 멈추자 그의 숨결이 스쳐간 그 미세한 흔적들은 달항아리 표면에 조용히 머문다. 하얀 여백에는 자신을 관조하며 “이만큼은 살아냈다”는 그리고 여전히 자신이 여기 있음을 이야기하는 조용한 고백이 새겨졌다. 아프게 아름답고, 슬퍼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
의식과도 같은 달항아리와의 독대가 끝나고 마침내 그는 투명한 고요를 바라본다. 양재문은 자신의 내면과 그 흔적들을 달항아리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한지 위에 담백히 올려놓았다. 《비감소월》의 달항아리들은 자기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만들어낸 양재문의 가장 조용한 서명(署名)이다.